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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days ago
주전골 가는 길에
성하(盛夏)의 녹음이 녹아 내릴 듯한 혹서인 칠월 9일, 이제는 칠십 연륜에 이른 유년 시절 친구들과 남설악을 올랐다.
약수터를 거쳐 8일 장맛비로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주전(鑄錢)골을 오르다 성국사(城國寺)에 들렀다. 지근한 거리이면서도 나에게는 기회가 쉽게 닿지 않아 오랜만의 탐방이 되었다.
오색리 주전골을 오르는 산행길 언덕에 은둔(隱遁) 하는 수도자 모습으로 비치는 성국사. 일주문이며, 천왕문에 금강문도 없고, 사찰 편액도 단청도 없으며, 더욱 삼존불(三尊佛)을 경내 밖으로 모신 파격적인 경이로움은 완전히 사찰 전형 양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절집은 일자 형식으로 지면을 돋움하지 않아 본전으로 오르는 돌계단 없는 평면의 분명 절집이련만 산중 부잣집 같은 아니면, 궁궐인 양 싶은 한옥 양식에다 더욱 산행에서 쉬어 가라는 듯이 마루까지 놓여 있어 걸터 앉아 쉬는 편안한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어 어쩌면 산행의 중생들에게 베푸는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누리는 듯했다.
양양 오색리 성국사는 사찰로서 뿐만 아니라 산행 중생들 쉼터의 몫 또한 다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국사 경내 샘터에서 목을 추기고, 마루에 앉아 쉬는 사이 눈길 가는 삼층석탑이 있어 본색(本色)은 어쩔 수 없다고 했던가 카메라를 잡았다. 마음에 들 때까지 샷터를 눌렀다. 산중에서 은둔 천년 세월을 지켜온 그 고운 자태를 담는 데 성공했으니, 주전골에 오르면서 얻은 수확(收穫)이라면 큰 수확인 셈이다.
양양 오색리 삼층석탑(襄陽五色里三層石塔) 보물 제497호(사진)는 신라 시대 삼층 전형양식을 따르고 있는 통일 신라 시대 석탑으로 이중기단 위에 삼층 탑신(塔身)은 우주(隅柱)만 조상(彫像)되고, 옥개석(屋蓋石)은 네 단으로 받침하면서 추녀선은 직선인 반면에 네 귀는 약간 치켜 들려 있는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쾌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상륜부(相輪部)는 소실(消失) 되었고, 현재 탑 높이는 5미터로 어쩌면 그리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定林寺址五層石塔) 국보 제9호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더냐.
동해가 마르고 설악이 무너질지라도 은둔의 석탑이여, 영원히 번뜩이어라.
글·사진/박영도 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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