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를 놓아줘.

모두가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경기에 감탄했다. 전국민이 들썩이던 그 순간, 나는 즐겁지 않았다. 언젠가 그녀가 어린시절 스케이팅을 배우던 시절이 끔찍했다는 인터뷰 내용이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모든 습득의 과정은 틀림없이 노력과 고난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즐거움이 수반되지 않은 학습은 지옥과도 같다.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던 언론은 그녀의 쇼트 7위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모든 국민이 주목하던, 향후 그녀의 진로가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녀의 연기에 즐거움이라고는 보이지 않았기에 내가 보는 그녀에겐 '스케이트 = 압박감' 이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국민의 응원도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더 중요한건 김연아 스스로가 스케이팅을 더이상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삶은 언제나 즐거움과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의 삶에 고통을 주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격려와 응원이 누군가에게는 부담과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녀가 빙상위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경기를 펼치고 고난위도의 기술을 선보이느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7위를 하던 예선을 탈락하던 즐겁게 웃으며 펼칠 수 있는 경기를 볼 수 있다면 그것이 국민의 기쁨이어야 한다.